유즈토리 히메미야 토리의 결혼식을 축하하며 오늘이 찾아왔다. 커튼 사이로 햇살이 비춰들어오고, 유즈루는 평소와 같이 일어나 평소와 같이 몸을 가다듬었다. 평소와 같은 하루, 오늘은 히메미야 토리, 도련님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제 도련님은, 웃으며 말했다. 좋은 사람인 것 같아. 그렇기에 저, 후시미 유즈루 역시 웃으며 말했다. 예, 좋은 분 같더군요. 그리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무언가 그의 안에서 무너져내렸다. 유즈루는 묻고싶었다. 후시미 유즈루란 존재는 히메미야 토리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그리 물으며 어린아이처럼 울고 싶었다. 사실은 그의 다리 끝에 매달리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시 한번 어릴때처럼 저를 안아달라, 그리 외치고 싶었지만, 그는, 유즈루는 알고 있었다. 토리는 더이상 저의 어..
후시미 유즈루는 그의 도련님이 꽃과 같다고 생각했다. 무례한 생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못 한 채, 제 곁에 얌전히 피어 있는 꽃. 그것에 안타까워 손을 내밀면, 제 손을 붙잡던, 그 온기. 아, 후시미 유즈루, 작은 도련님의 집사는 그 온기에 붙들려있었다. 그게 얼마나 지독한 독을 품은 가시인지도 모른 채, 그리 붙들고 있던 것이다. 유즈루, 넌 자유의 몸이야. 그 독이 기어코 저를 집어 삼킬 때, 유즈루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숨을 쉬는 법을 잊은 자는 집어 삼켜질 뿐이다. 유즈루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 꽃을 꺾을 수도 있었다. 그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것이다. 꽃은 작고, 또 한없이 여렸으며, 한 손으로 비틀어 쥐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그에게는..
* 폭력적인 요소 주의 * 깊은 숨을 들여마쉬며, 유즈루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땀에 절은 제 손을 바라보았다. 부릅 뜨인 눈이 이내 뻑뻑해져 왔고, 숨을 허덕이며 그는 몸을 일으켰다. 몸이 매우 무거웠다. 영영 일어나지 못할 만큼. 잘게 떨리는 오른손을 두어번 쥐락펴락 하는 사이, 허덕이던 숨은 곧 고르게, 안정적이게 돌아왔고, 그는, 유즈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즈루는 꿈을 꾸었다. 저의 두 눈이 아래로 향한다. 상대는 울고 있었던가? 아니면, 웃었던가. 그렇다면 그건, 저를 향한 비웃음이었나? 뜨거운 맥박이 제 손 아래서 뛰고, 분홍빛 머리가 이리저리 휘날렸다. 애처롭게도 떨리는 두 눈, 그러나 올곧게 저를 비춰내는, 그 눈동자에서, 자신은, 그는, 유즈루는… … 웃었던가? 유즈루는 꿈을 ..
언젠간 이어 쓰고 싶은 글들 꽃송이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며 히메미야가는 급부상한 가문으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했다. 한쌍의 아름다운 부부, 막대한 재력, 아름다운 자녀들까지. 그리고 개중엔 히메미야가의 정원 역시 매우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었다. 화사한, 맑고 곱게 피어난 꽃들, 그늘이라곤 지지 않을것처럼 해사한 그 푸른 정원에서, 토리는 유독 눈에 띄는 분홍빛 장미에 눈을 맞췄다. 가시 나무 사이로 펴 있는 것 하나, 아직 채 다 피지못해 몸을 움츠리고 잇는 것 하나, 피어날 준비를 하듯 입을 꽃잎을 반쯤 벌리고 있는 것 하나... 그리 꽃송이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며 토리는 정원 너머를 바라보았다. 무엇하나 부족한게 없는 저택. 저를 위해 준비한듯 화려하고도 예쁜 정원... 그러나 그 무엇..
히메미야 토리의 사망 요소 주의 히메미야 토리. 사랑스러운 분홍빛 머리가 흔들거리고, 새하얀 피부가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며 싱그러운 풀을 담은 두 눈이 일렁거리는, 그 예쁜 눈꼬리를 접으며 웃어 보이는, 작은 천사 같던 그 모습이 유즈루, 그의 두 눈 안에 담겼다. 감긴 저 두 눈이 언제쯤 뜨일까,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웠지만, 끝끝내 두 눈은 뜨이지 않았다. 하얀 꽃이 기어코 감긴 자의 주변을 채워나갈 때, 유즈루는 마치 사막에 홀로 놓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메마른 목을 붙잡고, 갈증을 호소하며 맨발로 사막을 횡단하는 자, 길을 잃은 미아, 숨을 헐떡이며 가슴을 쥐어뜯고, 끝나지 않을 갈증을 해소하려 하지만 잠시의 숨마저 거부당한 자. 슬픈 울음소리가 퍼져나갔다. 그것이 낙타의 울음인지, 저 햇빛에 ..
갱 유즈루x천사 토리 1* 에이치는 대천사장이고, 토리는 그의 직속 천사라는 설정입니다. * 이젠 어쩌면 좋지…. 날개가 접힌 천사의 눈에서 눈물이 비집고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히메미야 토리. 그의 찬란하고도 고귀한 인생 중에서 이런 일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하필이면 인간계에, 그것도 이리도 비참한 꼴로 떨어지게 되다니. ' 에이치님…. ' 날아 올라가야만 하는데, 그래야만 하는데. 떨어지면서 접지른 날개가 마냥 아프기만 하고, 제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아직 모를 천사장의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며 눈물이 터져 나왔다. 소리 내어 울고 싶어도, 이 차디찬 바닥 위에서는 제 울음을 달래줄 이가 없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해. 난 히메미야 토리잖아. 그리 되새겨도 앞으로가 막막했다. ' 이대로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