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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토리 꽃

비오는 날 만두 2018. 7. 7. 00:46


 후시미 유즈루는 그의 도련님이 꽃과 같다고 생각했다.
 무례한 생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못 한 채, 제 곁에 얌전히 피어 있는 꽃. 그것에 안타까워 손을 내밀면, 제 손을 붙잡던, 그 온기. 아, 후시미 유즈루, 작은 도련님의 집사는 그 온기에 붙들려있었다. 그게 얼마나 지독한 독을 품은 가시인지도 모른 채, 그리 붙들고 있던 것이다.


 유즈루, 넌 자유의 몸이야.


 그 독이 기어코 저를 집어 삼킬 때, 유즈루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숨을 쉬는 법을 잊은 자는 집어 삼켜질 뿐이다. 유즈루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 꽃을 꺾을 수도 있었다. 그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것이다. 꽃은 작고, 또 한없이 여렸으며, 한 손으로 비틀어 쥐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그에게는 쉬운 일이었으므로.

 심장이 쿵쾅거리고, 제 목덜미가 차가워지는 느낌으로, 그 여린 꽃을 꺾으러 손을 뻗었을 때, 꽃이 뒤돌아보았다.

 꽃이, 활짝 만개하며, 그리,


 여태껏 고마웠어.


 유즈루는, 숨을 삼켰다.
 억지로 숨을 쥐어짜 냈다. 손을 거뒀다. 그는 이제 막 핀 그 꽃을 꺾을 수 없었다. 그 사실이 못내 서러웠다. 필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사실은, 필 수 없게 만들려던, 그 꽃은, 이미 저 홀로 저리 만개했는데, 그걸 어찌 제가 꺾겠느냔 말이다.


 아, 도련님. 나의 작은 도련님.
 나는 당신이 언제까지고 꽃이길 바랬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이 손으로 꽃을 피워 내려 했어요.


 유즈루, 천하의 너도 못 하는 게 있구나.


 그만의 작은 꽃이 그리 웃으며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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